아들이 방과 후 수업으로 진행되는 축구 수업에 다시 와 달라고 말한다.
이번에는 같은 학년끼리 경기를 한다며 꼭 와 주길 여러 번 당부한다. ^^
사실 지난 주에는 고 학년과 어울려 동네 축구를 하다 보니
아들은 공을 몇 번 잡아 보지도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아들이 이번 주는 벼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ㅋㅋㅋ
2주째 참가한 나를 선생님도 눈에 익었는지 바라보신다. 인사를 하고 수업에 방해되지 않게 멀찌 감치 앉는다.
아들은 그런 나를 보면 윙크를 날린다. 이건 자신 있다는 뜻이겠지... 귀엽다. 녀석.
경기는 시작되었고, 생각보다 빠른 몸놀림으로 2골이나 성공시킨다.
골키퍼 임무시에도 몸을 날려 선방을 해낸다... 아들이지만 멋있게 보인다... ^^
선생님도 운동신경이 있다고 하시니 부모로서 기분이 좋기는 하다...
물론, 방과 후 수업의 동네 축구 패턴은 여전했지만, 오늘은 그냥 편히 아이들과 초등학교의 전경을 파노라마 컷에 담아보기로 한다. 아담한 학교 모습이 예쁘다...
아이들 눈엔 초등학교가 무척 크게 느껴질 것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성인이 되어서 그 시절의 학교를 다시 찾으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무척 작아서 이게 뭐야 했던적이 있었다.
몇 해전 아들의 유치원 운동회 날. 학부모 달리기 대회가 열렸다.
눈치 채셨겠지만 부모들의 열기가 오히려 아이들보다 뜨거웠다. ^^
운좋게도 난 전체 아빠 중 1등. 와이프는 엄마 중 2등을 했고 부상도 받았다.
그리고, 우승 세레모니도 했는데,,, 그때 눈이 마주친 아들은 나를 모른채 한다.
나중에 물어보니 아빠가 부끄러웠다고 한다. 어린 마음에 아빠의 1등 보단, 사람들 앞에서 세레모니 하고 이런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부끄러웠나 보다.
그때 불현듯 나의 어린시절 아빠 모습이 떠올랐다.
나의 국민학교 시절... 아빠가 학교에 오셨다...
그런데 그날 왠 심통인지 아빠에게 용돈만 주고 빨리 집에 가라고 다그치기 까지 했다.
아빠가 학교에 오는게 친구들에게 보이는게 부끄러웠던거다.
그런 내 모습이 생각날때면 지금도 볼이 빨게지고 부끄럽고 후회스럽다.
한번은 아버지에게 그때 이야기를 하면서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렸다. 아버지는 괜찮다고 하신다...
그런 아들의 아들이 나를 학교에 초대 해주었고
나를 향해 윙크를 날려준다... 고맙다...
몇해전 아들에게 느꼈던 살짝 서운한 감은 온데 간데 없이...ㅋㅋㅋ
오늘도 아이에게서 한수 배운다.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대 그리고 김밥 ... (6) | 2019.11.23 |
---|---|
또 다시 찾아온 가을... 그리고 ... 하늘 (10) | 2019.10.27 |
커피향이 좋다... 가을이 맑다. (6) | 2019.10.12 |
내 인생이다 - 김희경 지음 (2) | 2019.10.11 |
영화 변신을 보고... (6) | 2019.10.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