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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지교를 꿈 꿨었다.

나도 처음이야 2022. 8. 1.

지란지교를 꿈 꾸며...라는 시 구절을

친구들과 취중진담에 빠져 이야기하던 때가 있었다.

그건 마치 우리들만의 우정 교본처럼 생각되었었다.

 

정답을 확인하듯,

갑자기 전화를 걸어도 슬리퍼를 끌고 오밤중에 친구를 대해주는 것이

우정이라는 고 철썩 같이 믿었기에...

그 우정 교본을 배반 하기는 싫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가정을 가지고 서로가 속해있는 곳이 있다 보니

20대 청춘의 지란지교는 더 이상 우정 교본이기보단

동경의 대상 혹은 그 누구에게는 민폐를 끼치는 주 공략집이 되어 버렸다.

 

야밤 중에 신혼집이나 가정집에 불쑥 찾아가면

요즘 시대에 누가 좋아하겠는가? 20대의 혈기 왕성했던 친구들도 중년이 되면서

12시만 넘어도 눈꺼풀이 내려 안고, 이 밤의 끝을 잡기는커녕 마누라의 전화 성화에 못 이겨

아니면 집에 있는 토끼 같은 아이들의 눈에 밟혀 친구들과의 소주잔은 사치가 되어 버린다.

 

매일 교실에서 얼굴을 맞대던 친구들이

대학과 직장을 거치면서 한 달에 한번 혹은 그래도 분기에 꼭꼭 한 번씩은 보아 왔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1년에 한두 번 보기도 힘들게 변했다

 

보는 자리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쁜 자리보다는

점점 상갓집 조문이 더 많아지는 게 사실이다.

상갓집에 모인 친구들은 소싯적 이야기로 친구를 위로하고 

쓰디쓴 소주 한잔과 함께 또 다음을 기약한다.

 

지란지교를 꿈꾸며... 가 요즘 시대에는

정말 맞지 않는 구절이 되어버린 건지 아니면 그 글을 읽었던 내가 변한 건지...

어쨌든, 지란지교를 꿈꾸었고 가끔은 그 공식대로 해보고 싶다.

막상 하면 여럿 날 고생스럽겠지만 ㅋㅋㅋ

 

 

지란지교를 꿈꾸며...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 살았으면  좋겠다.
 
비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가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진 않다.
많은 사람과 사귀기도 원치 않는다.
나의 일생에 한 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길 바란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 재력을 중시하지도
부러워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보다는 자기답게 사는 데
더 매력을 느끼려 애쓸 것이다.

우리는 우정과 애정을 소중히 여기되,
목숨을 거는 만용은 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우정은 애정과도 같으며,
우리의 애정 또한 우정과 같아서
요란한 빛깔도 시끄러운 소리도 피할 것이다.

우리에겐 다시 젊어질 수 있는 추억이 있으나,
늙는 일에 초조하지 않을 웃음도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는 눈물을 사랑하되 헤프지 않게
가지는 멋보다 풍기는 멋을 사랑하며 
우리는 푼돈을 벌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을 것이며,
천 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자유로운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자 애쓰며 서로 격려하리라.

우리의 손이 비록 작고 여리나,
서로를 버티어 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우리의 눈에 핏발이 서더라도 총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살펴 주는 불빛이 되어 주리라.

그러다가 어느 날이 홀연히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라.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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